갑자기 너무나도 서먹서먹해졌다. 한동안 짜증이 나서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귀찮아졌다. 나에게 너무 의지하려는 동생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내 친동생도,
내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줘야하나? 매번 나에게 부탁하느라
바쁘다. 솔직히 내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유학까지 와서 누군가를
챙겨줘야한다는게 피곤했다.
그래서 같이 먹던 밥도 따로 먹자고 했다. 밥도 안하고, 설거지도 안하려는
E가 짜능이 나서였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하기도 싫고, 그냥 각자
먹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어느날이었던가?
여럿이서 같이 밥을 먹는데 갑자기 그 동생이 그랬다. "앞으로 언니랑
안다닐거야. 언니랑 다니면 떨어지는 콩고물이 없어. 오늘 M언니는 만두사줬는데"
순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린것이.. 마음같아선 어디서 그
따위 소릴 하냐고 혼내주고 싶었지만 다른 동생 두명도 있어서 간신히 웃으면서
참았다. 싸가지 없는년! 농담이든 진담이든 지난학기부터 잘해준 건 생각못하고
그 따위 소릴 하고 있어. 그게 3월달의 일이었다. 그 후 정이 뚝~~~~~~~~~~~!!떨어
졌다. 그래도 쉽게 성이 가시지 않았다. 매번 인간에게 뒤통수를 맞는 나였지만,
또 한번 뒤통수를 맞으니 별이 노랗게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이상
E 한테 실망하고 싶지 않아, 나머지 동생들에게 너네 셋이서 지내라고.
난 혼자 지내겠다고.. 그렇게 선포(?)를 했다. 이따금씩 내 방에 찾아오면 전처럼
웃으면서 잘 얘기했다. 그 콩고물 얘기는 이미 잊었다. 21살이지만 그래도 동생인걸...
어떡해.. 그렇지만 계속 실망을 시키더군. 그래도 참았다. 말이나 행동이 걸려도
그러려니... 그리고 어느덧 E생일이 다가왔다. 4월 초. 아~~~~~~~~!!! 정말 축하해
주고 싶지 않은데... 한동안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은 안가는데 억지로
해주기는 싫고, 미칠 지경이었다. 사람한테 자꾸 실망하는 내 자신이 더욱
짜증이 나,학교 수업이 끝나면 기숙사에 처박혀 먹고 자고만을 반복했다. 나의 가장
나쁜 습관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생일 이틀전, E가 생일날 만들 음식을 의논하러 내 방에 찾아왔다.
이렇게 찾아와서 의논하는데 모른척 할 수도 없고, 그냥 선물안해주는 대신
내가 다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치부침, 김밥, 떡볶이, 미역국...
하지만 그 다음날 저녁 나를 화나게 했다. 다른 동생이 하는말이
"언니, E가 오늘 그랬는데 내일 밖에 나가서 사먹는데요. 언니가 만들어주기 싫다고
했다면서요. 그래서 저희한테 내일 같이 식사나 하자고 그러던데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 동안의 일들이 한꺼번에 겹
쳐 오면서...
지난학기 룸메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워낙 E를 이뻐하는 언니지만 따로 말할 사람
이 없어 전화를 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결론은 지금 가서 서로 마음 터놓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한다.
그래서 갔다. 자고 있는애 억지로 깨워 약 한시간 반정도 얘기를 했다. 그동안 얘기들..
그리고 오늘 동생들의 얘기는 뭔지..(이게 제일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는
그러지 않았단다. 그냥 한소린데 말이 와전됐다나? 그렇게 해서 우린 서로 마음이
깨끗하게 풀어졌다.
나혼자 지내고 싶다고, 너는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라고 한 나의 부탁아닌 부탁도
E는 내키지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리고 생일이 치뤄지고 같은 층이라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하고 그전처럼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러나 난 오늘 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며칠전부터 지 혼자 어색해하더니, 오늘은 아예 말조차
하지 않는다. 물어보면 대답만 할뿐. 하지도 않던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마치 모르는 사람인냥 인사를 하다니.... 참... 어이가 없군.
다 풀어졌다는 건 나의 건방진 오해였다.
역시 내 예상대로 소심한 E는 그날 애기한 이 날 이후,날 더 어려워했던 것이다.
룸메였던 언니말을 듣고 솔직하게 얘기한게 내 크나큰 잘못이었다. 그 전부터
나혼자 짜증내며 E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것도 워낙 소심해서 마음에
담아두는 아이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생각하고 말을 안했던 건데....
생일날, 그렇게 해줬는데 고맙단 소리 하나 못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어쨌든 내가 해준다고 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받아먹고(?) 서서히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E를 보면 뭐라 말할까? 마음이 씁쓸하다고 하기엔 약한 표현이고...
아~~~~!!! 배신당한 기분이다. 아주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았던 동생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싸가지없게 행동하는 E를 보면 싸대기 한대 갈려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동안 뭐하러 잘해줬나? 내가 미친년이지.
하지만 참아야지. 유학생활 조용히 해야지.
"성내봤자 내 기분만 상하니까 참자"라며 내 마음을 다듬었다. 정말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다.
오래전에 다짐을 했었다. 앞으로는 인간들한테 잘 대해주지 않아야지.
결국 돌아오는 건 이런 황담함뿐이었으니까... 그러면서 수없이 다짐했건만
내 천성을 못버리고 그 결과를 알면서도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잘해주려
노력한다.
다시 한번 느꼈다. 인간들한테 잘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정말 '진국'이다 느꼈을 때, 잘해줘야지... 라며 유치한 다짐까지 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절대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인간관계를 잘 유지할까? 내가 제일 자신없어 하는게
인관관계인덴... 무던하게 신경안쓰고 지내려 해도 매번 인간들을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