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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미정
조회: 1108 , 2003-04-24 10:39
9시에 눈을 떴다.  어제 하루 안씻었더니 머리엔 기름이 흐르고, 얼굴에도 기름이

흐른다.  그렇지 않아서 민감한 내 얼굴.  하루 세안 안했다고 다시 이마가 여드름

으로 지저분해졌다.

어젯 밤에 짜증나서 이마 좀 쥐어 뜯었더니 상처 투성이다.  이 놈의 여드름...

내 나이가 몇인데 중고등학교때도 안났던 여드름이 졸업하니까 나냐?

신경질 난다.  벌써 목요일이다.  한국에 온지 4일째다.  

괴질때문에 피난가는 사람처럼 부랴부랴 짐을 싸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월요일에 정신없이 왔다.

정신없이 온 한국은 그대로였다.  정작 슬픈건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비행기에 내려 리무진을 타고 오는데 앞이 깜깜했다.

'나 뭐하면서 지내지? 할 일이 없잖아.  지랄맞은 중국... 이럴 줄 알았으면

선진국으로 유학가는건데.. 이게 뭐람.  '

여기 온뒤로 계속 잠옷만 입고 방 안에만 있었다.  친구들한테 연락도 안했다.

쪽팔린다.  중국에서 왔다는게 쪽팔린다.

엄마는 주변사람들이 당신을 멀리할 수 있다면서 막내딸이 왔다는 것도 알리지

않으셨단다.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이 괴질은 언제 끝이 나려나? 아니, 언제 수그러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