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아저씨는 내게 먼저 말을 건넸다.
머리를 잘라, 내가 그 아저씨 옆에서 왔다갔다 했는데도 그 아저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 왈 '안녕하세요!'
난 순간 놀라 '안녕하세요'하고 같이 인사했지.
그 아저씨 왈' 먼저 아는 척 좀 하세요!'
이런... 이렇게 난감할 수가.
일부러 모르는 척 한건 아니였는데...난 내 옆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모를때가 많다. 신경도 안쓸뿐더러 한 곳에 집중을
하면 옆에서 누가 왔다갔다 잘 모른다.
그래서 종종 일부러 모른체 한다고 오해를 받곤 하는데, 혹시 이 아저씨도
오해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조금 신경이 쓰인다.
뭘 할지 몰라 서서 두리번 거리는데 자기 의자에 앉으란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하는 농담에
나도 조잘조잘거렸다.
조용히 지내고 싶어 사람들과 말을 잘 안하고 지내는데 아마 성공한 듯 싶다.
그 아저씨는 내가 굉장히 조용하고 술도 못하는 아이로 알고 있다. 킥킥.
허나, 그걸 아는가 모르겠다. 대학 1학년 때 소주 세병까지 마셔도 끄떡없었다는 걸..
푸하하.
어쨌든 재밌다. 처음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다음주에 스파게티를 사준단다. 야호~~~~!!!
그렇지 않아도 요즘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 혓바닥이 근질근질했는데.. 듣던 중 최고로
반가운 소리였다.
계속 말을 하다가 아예 그 아저씬 약속을 잡아버리더군. 다음주 화요일에 먹자고.
그러면서 나랑 같이 일하는 아줌마랑 셋이서 먹자고.
은근히 기대가 된다. ^^ 집에 와도 왜 자꾸 그 아저씨 생각이 나는걸까?
조금씩 나 자신이 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행여나 그 아저씰 좋아하게 될까봐...
그 아저씨 모습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 그 사람의 그림자때문에 아저씨가 내 마음 속에
자리할까봐 벌써부터 겁이 덜컥 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내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려본다. 좋아하면 안될 사람이기에...
혹시 그 아저씨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는걸까?
하하. 우습게도 공주병같은 생각도 드는데... 설마 아니겠지.
나같은 애가 뭐가 좋다고. 더군다나 나이도 11살 차이가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