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씬 이제 직접적으로 나한테 좋다고 하네요.
근데 왜이렇게 미안한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내가 MSN에서 나 좋아하냐고 물을 땐
대답 안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려고 하더니, 그 때 좋다고 말한 이후 아예 노골적으로
말하네요. 네가 좋다고. 널 사랑한다고.
물론 나도 싫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자꾸 더 부담스러워 지는 걸까요?
어쩌면 나 떠날 수도 있는데.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중국 가기로 결정하면 곧 떠날
사람인데.. 내가 그 아저씨한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 아저씬 내가 유학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떠날 사람이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학교 휴학하고 알바나 하면서 한심하게 지내는 애로 알고 있는데..
내가 더 미안한건, 아마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일거예요.
그 아저씨랑 마주앉아 있을 때도 생각하죠. '그 사람도 이 아저씨처럼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참, 잘 웃고, 날 즐겁게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 아저씨가 그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사람은 저한테 그러더군요.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그 아저씨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건, 지금 나도 너무
힘들어서 일거예요. 힘들면 누군가가 내 옆에 있길 바라는게 사람 심리잖아요.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난 언제나 손가락질을 하면서
흥분을 하며 욕을 해대죠. 그러나 나 역시 그 인간들의 한 부류였어요. 나 스스로만 난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을 해왔던 거죠. 참 가식적으로.
내 친구가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할 때, 그 친구가 저한테 그랬습니다.
"나, 아직도 걔 좋아해. 물론 지금 오빠도 편하지만, 난 걔가 언제든지 나한테 찾아올거라고
믿어. 그리고 걔가 나 찾아오면 난 걔한테 갈거야."
그리고 전 이렇게 말했죠.
"너, 그러면 정말 나쁜년이야. 지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런 생각을 하냐. 오빠
한테나 잘해. 그런 애는 잊어버리고. 그 오빠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마음속에 다른 사람 간직하고."
문득 이렇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근데 지금 오히려 제가 더 나쁜년이 됐어요. 그래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아요.
아저씨한테 얘기해야 되는데.. 나 사실 유학생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다시 떠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언제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늘 입에서만 맴돌고, 만나면 웃기만 하고 헤어지죠.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실망할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서 더 머뭇거리고 있는거겠죠.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날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내가 이 말을 함으로써 떠난다는 사실이 기분
좋지 않기 때문이죠. 맞아요. 이게 가장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오늘 아저씨를 만납니다. 연극을 보여주고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거든요.
난 뭘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