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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나 나쁜년이야.   미정
조회: 1298 , 2003-06-26 14:40
그 아저씬 이제 직접적으로 나한테 좋다고 하네요.

근데 왜이렇게 미안한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내가 MSN에서 나 좋아하냐고 물을 땐

대답 안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려고 하더니, 그 때 좋다고 말한 이후 아예 노골적으로

말하네요.  네가 좋다고. 널 사랑한다고.

물론 나도 싫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자꾸 더 부담스러워 지는 걸까요?

어쩌면 나 떠날 수도 있는데.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중국 가기로 결정하면 곧 떠날

사람인데.. 내가 그 아저씨한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 아저씬 내가 유학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떠날 사람이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학교 휴학하고 알바나 하면서 한심하게 지내는 애로 알고 있는데..

내가 더 미안한건, 아마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일거예요.

그 아저씨랑 마주앉아 있을 때도 생각하죠.  '그 사람도 이 아저씨처럼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참, 잘 웃고, 날 즐겁게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 아저씨가 그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사람은 저한테 그러더군요.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그 아저씨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건, 지금 나도 너무

힘들어서 일거예요.  힘들면 누군가가 내 옆에 있길 바라는게 사람 심리잖아요.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난 언제나 손가락질을 하면서

흥분을 하며 욕을 해대죠.  그러나 나 역시 그 인간들의 한 부류였어요.  나 스스로만 난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을 해왔던 거죠.  참 가식적으로.

내 친구가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할 때, 그 친구가 저한테 그랬습니다.

"나, 아직도 걔 좋아해.  물론 지금 오빠도 편하지만, 난 걔가 언제든지 나한테 찾아올거라고

믿어.  그리고 걔가 나 찾아오면 난 걔한테 갈거야."

그리고 전 이렇게 말했죠.

"너, 그러면 정말 나쁜년이야.  지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런 생각을 하냐. 오빠

한테나 잘해.  그런 애는 잊어버리고.  그 오빠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마음속에 다른 사람 간직하고."

문득 이렇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근데 지금 오히려 제가 더 나쁜년이 됐어요.  그래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아요.

아저씨한테 얘기해야 되는데.. 나 사실 유학생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다시 떠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언제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늘 입에서만 맴돌고, 만나면 웃기만 하고 헤어지죠.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실망할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서 더 머뭇거리고 있는거겠죠.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날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내가 이 말을 함으로써 떠난다는 사실이 기분

좋지 않기 때문이죠.  맞아요. 이게 가장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오늘 아저씨를 만납니다.  연극을 보여주고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거든요.

난 뭘해줘야 할까?



매일밤꿈꾼다   03.06.26 그래도 옆에서 사랑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부럽습니다

좋겠어요 저는 부러운걸요

행”ㅗ究셀

farce   03.06.26 한번있었던일은 두번 있을수있다.

역시 결정하는건 자기자신이지요.
누군가가 마음속에있어도 지금 만날수있는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