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고 '아저씨, 이제 우리 뭐해요?' 했더니 집에 가잔다.
새벽에 3시에 잤더니 사실 좀 피곤하다고. 약간은 아쉬운게 사실이었다.
난 술을 마시고 싶은데... 술 사달라고 하고 싶은데 마음 속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난 또 오늘 피곤한 아저씨에게 조금만 걸어가서 버스 타자고 졸라댔다. 아저씨가
피곤한 걸 알지만 그래도 걷고 싶은걸. 그래서 너무 피곤하면 먼저 가라했더니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냐고 나한테 되묻는다.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릴 때쯤, 술 얘기가 나왔다.
사실, 나 오늘 술이 마시고 싶다고. 그래서 술집으로 향했다.
레몬소주를 마셨는데 금방 취했다. 확실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머리가 빙빙돌고 취기가
확 오르는 것이 괜한 말을 할까 두려워 적당한 선에서 술잔을 놓았다.
술을 마시면 그나마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이 괜찮아질까 했더니 더 우울해졌다.
아저씨와 또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저씬 자기를 향한 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단다.
모르겠다고 정말 모르겠다고 솔직히 얘기했을 뿐인데 아저씬 자꾸만 내 마음을 숨긴단다.
솔직하지 못하다고. 왜 자기가 묻는 것엔 항상 숨기기만 하냐고 그런다.
난 정말 솔직히 말한 것 뿐인데.
어떻게 말을 해야 숨기지 않았다고 하는거지? 아주 잠깐 고민을 했다.
아저씬 내게 그랬다. 내가 그냥 아저씨로써 편히 만나는 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 있다고.
순간 이 사람은 날 정말 좋아하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 정말 좋아한다면 적어도 매달릴 줄 알았다. 이기적이게도 난 그걸 바랬다. 하지만 아저씬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단다. 순간 더 우울해졌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저씬. 내가 아저씨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했더니 그건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억지로 강요하지 않겠다고. 피~~~~~~~~~~!!!
"솔직히 말하면요. 지금 나도 내 마음을 정말 정말 모르겠어요. 근데 확실한 건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저씨 생각은 나요. 이게 좋아하는 건지 안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저씬 그게 좋아함의 시작이란다.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고.
정말 그런 것일까? 난 만나면 그냥 재밌어서 좋은데.. 그리고 미안하지만 돈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서, 백수인 나로써는 그게 참 편하다.
술을 마시고 풀린 다리를 이끌며 취기를 달래보고자 한참을 걸어왔다. 약 세정거장
정도. 아저씨에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난 걷고 싶었다. 난 고집이 세니까.
오늘 아저씬 다음 약속을 하지 않았다. 왠지 서운하다. 항상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만났었는데
말이다.
내 마음도 참 웃기지. 마음 속엔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왜 이 사람한테 자꾸 뭘 바라게 되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허탈하고 웃길 뿐이다.
새벽 1시에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