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상을 했었다.
그 애가 아파서 누워있고 그 애는 극진한 내 간호를 받고 있다.
그 애는 병마에 갇혀 나의 손길에 갇혀 그저 내 품에 힘없는 어린 새처럼 누워있다.
지금만큼은 나만의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 누구의 아이도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전화해서 들은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파 보였다.
금요일 만났을때 이미 아파서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콧소리 섞인 소년같은 음성이 쉰듯이 잠겨서 더 약하게 들렸다.
너무 이뻐서 그 목소릴 껴안아 주고 싶었지만 바보같단 말만 하고 끊었다.
그 와중에도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라고 다시 덧붙이기도 잊지 않았다.
니가 이렇게 친밀한 표현을 하는게 이상하고 놀라워.
원래 쌀쌀맞고 냉정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말따위 하지 않았잖아.
그애가 부탁한 숙제를 다 해놓고 보낸뒤 전화걸어 봤더니 그 애는 아파서 자다가 전활 받았다.
내일이 시험인데 맘 편히 누워 있을 수 있겠니.
부디 다 잊고 그냥 네 몸만 위하렴.
네가 아프니까 정말로 정말로 나도 아프다.
제발 아프지마.
아프단 소리 너무 지겨워.
너두 지겹지.
혼자 사는 녀석이 자꾸 아픔 안돼지.
몸 좀 챙겨.
아님 내가 옆에 있을 때 아파.
그럼 넌 내 손안에 갇혀서 힘없는 어린 새가 되는거야.
아이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네 곁을 지켜 줄 수 없으니 제발 아프지 말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