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에는 손을 잡고 같이 다니는 친구도 있고 팔짱을 주로 끼게 되는 친구가 있고 접촉없이 떨어져서 그냥 걷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각자 대할때 느낌들이 다 틀려서 어떡하다가 누구는 손을 잡고 누구는 팔짱을 끼고 누구는 10년을 같이 다녀도 손한번 안잡고 다닐까 생각해 봤다.
원래 친구들하고 스킨쉽이나 손을 잡거나 그런거 안하는 스탈이었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해와도 어색하고 불편해서 어떻게 하면 상대가 눈치채지 않게 슬그머니 놔줄까를 고민하며 걸었다.
남자친구를 사겼을때도 같이 손잡거나 팔짱끼는걸 즐기지 않았다.
여자친구랑보다 더 부자연스럽고 쑥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상대 기분 안나쁘게 놓을까 손을 놓는 순간까지 고민이었다.
그건 내가 아마 남친들하고 완전히 동화되지 않았기 때문인거 같다.
난 거만하게도 남친들과 만나도 속으로 '만나준다.'라는 맘을 내심 품고 있었고 언제라도 발을 뺄 준비로 틈을 노리며 동화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동정심과 사랑을 구별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만남이었기 때문에 어딘가 찜찜한걸 무의식은 알고 있었나 부다.
난 동정심을 베풀고 남친은 나를 고마워 하며 따른다 뭐 그런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던거 같은데..음청 거만한 생각이었다.
그 거만함이 나중에 정들어버리는 단계가 오게 된다는걸 모르고 나중에 엄청 고생했다.
줄곧 나랑 키가 비슷하거나 외모가 비슷하거나 취향이 닮은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거 같았다.
취향이 비슷하더라도 외모까지 엊비슷한 취향은 정말 못만났었던거 같다.
길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그런 아이를 찾고 있었다.
자신과 키가 비슷하고 외모도 비슷하고 자기랑 같은 취향의 음악을 듣는 사람.
그때 난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저 멀리서 꽤 오래 나를 미행하면서 쫓아왔다고 한다.
쫓으면서 자기가 찾는 사람이 맞을까 가늠해 봤겠지.
기다 싶으니까 내게 말을 붙이고는 연락해달라고 연락처를 주었다.
첫인상의 그녀는 눈매가 또렷하고 당돌한데다 말 한마디에서도 영리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걸 느꼈다.
키가 170Cm가 넘었고 인형같이 이쁜 얼굴에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또렷이 고정하는 눈매가 특히 인상적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나가는(?)모델이었다.)
그녀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쉬움이 남아서 더 잊지 못한다.
자주 만나고 자주 함께 했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일을 했지만 도통 서로 정이란건 없는 관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늘 걸을때 내 팔짱을 꼈다.
근데 우리가 툭 터놓은 관곈가 확신도 없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팔짱을 껴오는 그녀가 놀라웠다.
그때의 나로선 생소한 체험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아무리 친한 친구도 스킨쉽이런거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그녀의 습관일꺼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다른 친구나 동료들을 팔짱끼는건 본 적이 없다.
영리한 만큼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과 불신도 높았던 그녀가 나를 언니처럼 편하게 좋아해준건 나에게도 고마운 일이었다.
내가 그녀에게서 정이라는걸 느낀건 단 하나 그녀의 팔짱끼는 버릇이었다.
가늘고 긴 팔을 내게 걸고 갈때면 평소 계산적이고 차가운 그녀와는 다른 귀엽고 여린 소녀를 보는거 같아서 새삼스레 불편한 따뜻함을 느꼈다.
어색하지만 싫지 않았다.
만화가인 그녀 역시 키가 컸다.
생각해보니 팔짱낀 그녀들은 다 키가 컸구나..
그녀는 차갑고 냉정했지만 응석과 귀염을 밉지 않게 잘 부리는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팔짱이 습관이었다.
다른 친구와도 팔짱을 끼니까.
그녀가 팔짱을 끼면 불편했다.
팔짱은 아무래도 해본 적이 별루 없는데다가 내 기준의 팔짱이라함은 아주 친하고 가까운 모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와는 얼마나 친한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팔짱을 풀때까지 난 내 팔을 니은 자로 구부리고 어색한 몸놀림을 감춰야 했다.
싫진 않았다.
그녀처럼 늘씬 날씬 미녀가 팔짱을 껴주는데 황송하지.
그치만 불편했다.
그녀와 나 사이엔 질투의 화신이 한명있었다.
우린 별루 친하거나 그렇게 가까운 친구도 아니고 가끔 안부나 전하는 정도의 사인데 그 사이에 다리가 되었던 또 다른 여인은 우리가 가까워지는걸 지나치게 경계했다.
그래서 내심 우린 너무 가까워 지면 안돼라는 생각이 있었던거 같다.. (이 무슨 설명이 이러냐.)
참 이상한 여자들의 관계다.
그러고 보니 팔짱을 낀 그녀들은 다 미모가 수려하고 차가웠다.
그래서 팔짱을 껴주는게 황송하면서 불편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나도 가까워지고 싶은 그러나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드는 건조한 친구를 만날때 의식적으로 한번 팔짱을 껴준다.
그럼 조금 어색한 기분이 5초간 들다가 다시 맘이 따뜻해진다.
그럼 그때 자연스레 팔짱을 놓는다.
오래전부터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하얀 봉제인형같이 생겼다.
이쁘지는 않지만 인상이 착하고 편안하다.
이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내 손을 잡고 내 옆을 걸어 종종종 따라올때면 영락없는 어린애 같다.
무언가 자신의 빈 부분을 내 손을 잡음으로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임감이 강한 만큼 독립심도 강한 그녀는 자신의 삶의 짐들을 다 안지도 다 버리지도 못해서 힘겨워했다.
나와 있을때 만큼은 어린애로 돌아가고 싶어하는거 같았다.
그녀가 내 손을 잡을때면 나도 편하다.
손끝에서 살짝 응석이 묻어난다.
그러면서 자신의 짐의 한부분을 살짝 놓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
만난지 2년 정도 된 그녀는 어떻게 손을잡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녀는 처음부터 너무 자연스레 내 손을 잡아서 늘 그렇게 해온거 같은 느낌이다.
내 손을 잡고 나를 따르는 친구들은 다 어린애같다.
그래서 손을 안잡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무리중에 애를 잃고 미아가 될거 같다.
실제로 그녀는 나보다 5살이나 어리고 나를 이글거리는 빛으로 태울꺼 같은 해바라기다.
해바라기 주제에 이글거리는 빛이라니..
하지만 그거 참 매력적이다.
우린 주로 그녀의 남친과 그녀, 그리고 나 이렇게 삼각 구조로 잘 만났는데 그녀는 꼭 사이에 껴서 온갖 귀염을 발휘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쏟아지는 애정을 받아먹었다.
한 손은 남친의 손을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걸으면 이상하게 내 손을 잡은 손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린다구 했다.
남자친구랑 잡던 찬 손을 내게 대주며 '이상하게 이 손은 찬데 언닐 잡은 손은 따뜻해요' 라고 날 쳐다보고 있으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내게 손을 잡는 친구들은 의존적이고 아이같다.
그리고 자그마하고 잘 운다.
영락없는 아이같아서 그냥 맘이 약해진다.
그 외에는 거의 대부분 따로 걷는 친구들이라 별다를게 없다.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된다.
누가 더 의지하고 기대고 앵기는거 없이 평등하다.
그리고 낯간지럽게 구는걸 수줍어 하거나 씩씩한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천리길을 걸어도 손 한번 안잡을 따로 분방형 친구중에도 떨어져 걷는걸 의식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고딩때 내 짝이었던 아이는 영원히 늙지 않을꺼 같은 소년같은 외모를 한 작은 아이다.
나랑 동갑이라도 그 아이에겐 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고딩때 가장 행복했던게 이 녀석이었다.
아니 행복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가슴속이 녹아낼리꺼 처럼 환상적이었고 비현실적인 환상이 주는 애정이 치솟아서 그걸 감추는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 아이도, 그 느낌도 너무 신비로와서 그 사랑스러움에 갇혀 허우적 대는 재미로 고딩1년을 보냈다.
너무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데 그녀와는 늘 따로 따로 걷는다.
대학 재수할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더니 널 보면 공부를 못할꺼 같아라며 도저히 만나주지 않던 그 아이가 2년만에 얼굴을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아이같았지만 조금 달라보였다.
게다가 난 그때 열성교회 당원이 되어 있었고 새삼스레 하나님 어쩌구 예수님 어쩌구 하는 내게 거리감을 느낀거 같다.
그 뒤로 그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이 나한테도 특별한 애정없는 상대처럼 대했다.
그 아이는 원래 말투가 좀 불만섞인듯이 틱틱대긴 했지만 나에게 그런적은 없었다.
내 짝이었을때 그렇게 날 이뻐해주고 귀여워해주고 사랑스럽게 감싸주던 그 아이가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것 처럼 날 막 대하기 시작했다.
난 그녀가 내게 막 대하는 무례함도 즐겼다.
조금 변태가 된거 같았다.
구박받으며 즐거워 하다니.
그녀와 걸을때면 그녀의 작은 발걸음을 반발자국 뒤에서 따라가며 그 사랑스러움에 안타까워 뭉클해지는 가슴을 느꼈다.
그 반 스텝 정도의 거리에서 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안타까움을 즐겼다.
한번도 낯간지럽게 손을 잡고나 팔짱 같은거 안꼈지만 그 거리감에서 느끼는 애처로움도 좋았다.
거리감만큼 다가가고 싶은 짜릿한 욕구가 나를 많이 행복하게 했었다.
너무 보고 싶고 너무 다가가고 싶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맘을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냉정하게 툴툴대며 나를 떨쳤는지...
무슨 뚱딴지 같은 오핸지 슬금슬금 끼어든 경계심과 거리감이 커지더니 지금은 또렷한 사연없이 1년 넘게 연락 두절이다.
이젠 용기를 잃어 다가갈 수가 없다.
이 모든 얘기들은 장본인에게도 내 측근에게도 한번 말한 적 없는 솔직한 나의 이야기이다.
손을 잡건 안잡건 그것을 의식하고 느끼게 한 만큼 난 그녀들을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