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폰이 생기면서 빠른 연락과 편리한 통신생활도 있지만 문자 메시지라는 개념은 참 기특하다.
전화걸기 애매할때 말로 하기 뭐할때 상대방의 시간과 영역을 뺏지 않고 넌지시 나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종종 맘을 따뜻하게 하는 짧은 문장 중엔 싯귀절보다 맘에 와닿아 찡하기도 하다.
그건 그냥 전화로 말할때완 틀린 감동이다.
게중 맘에 드는 문자를 받으면 오랫동안 남겨둔 채 혼자 다시 열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한테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한다.
내 친구중에 문자 메시지를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예 직접 만나거나 육성으로 들려주는 음성이 아니고선 그 사람을 대했다라는 느낌이 안들어서 싫다고 했다.
이-메일을 쓰느니 만나서 얘기하기를 문자를 하느니 직접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주길 더 원했다.
일리 있다고 생각했지만 난 조금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평행을 유지하는 적절한 거리를 선호했기 때문에 조심스런 인간들에게 편리한 대화방법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좋은 건 역시 악용으로 인해 나쁜 걸 동반한다.
역시 오남용은 싫다.
계속 대답을 유도하는 문자는 싫다.
그럴려면 그냥 전활 하지.
뭔갈 물어봐 놓고 답문을 보내주면 또 되물어 오고 다시 보내면 또 되물어 오고 이거 장난같아서 못해먹겠다.
-- 미안 까먹었어. 몇 번 출구로 나가야 돼? (o.o)
-- 6번 출구로 나와. (^^)
-- 누구누구 온대? (o.o)
-- 삼돌이 오돌이 육순이 다 나온대. (-_-;)
-- 근데 나 10분 늦을꺼 같아.미안.. (o.o)
-- 난 15분 늦을꺼 같으니까 그냥 와. (--+)
-- 응. 이따 봐. (^^;;)
걍 전화로 말하지 이걸 일일이 문자로 할까..
오기가 나서 나도 끝까지 전화 안걸고 답문자로 대신한다.
지 필요에 의해 문의해 놓고 날 더 수고하게 만드는거 싫다.
전화세도 같이 부담하게 만들고..지가 걸면 지만 부담하면 돼잖아.
전화세 아낄라구 이런거 계속하면 전화세 더 나오는거 모르나.
문자 한 통 40원, 전화 거는데 대략 10초에 25원, 30초면 모든 얘기 다 할 수 있는데..
평생을 한국통신에 몸담으신 아버지 밑에서 몇십년 살다보니 유난히 전화비로 나가는 지출이 더 아깝다.
또 싫어하는 문자 유형은 인터넷에 문자서비스 사이트에 있는 각종 문자 샘플들을 그대로 보내는 문자다.
딴에는 재밌고 이뻐서 특이한 이모티콘 곁들여 보내는거겠지만 그런 문자는 성의도 없고 보낸 사람이 느껴지지 않아서 싫다.
기계로 부터 배달된 글씨 쪼가리같다.
또 싫어하는문자는 누구한테도 할 수 있는 말로 된 대량 살포 문자다.
특정 여러명에게 흩뿌려도 별 하자가 없는 문장으로 되어 있으며 이런건 같은 글을 여러명에게 보냈다는게 티가 난다.
안부 인사 문자중에 그런거 많다.
- 즐겁고 뜻깊은 추석 보내길 바라며 음식 맛있게 먹고 배탈 조심하세요 -
- 날씨가 쌀쌀하군요. 늑대목도리는 장만하셨나요.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세요. -
이런건 분명 나한테만 보낸 문자가 아니다.
좀만 신경써서 '덕경아~'라는 호칭이라도 앞에 살짝 붙여주지.
이런 단체 문자중엔 교회에서 간사님이나 전도사님들이 사명감에 보내는 메시지들이 있다.
- 깨어라 근신하라 너의 적 마귀가 두루 살피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장 !절) -
감히 성경말씀이라 차마 배척하기도 뭐하고 겸손히 받아야 겠지만 역시나 보낸 이의 마음이 '나'라는 특별 개체에 맞춰지지 않고 특정다수중에 끼워진 나에게 보낸 마음없는 문자라 싫다.
더군다나 친한 친구녀석이 간사랍시고 이런거 보내면 더 싫다.
야 이노마! 넌 간사이기 전에 내 친구잖아. 난 널 친구로 만나지 직분으로 만나기 싫다.
차라리 시편같은 위로가 되는 말씀이나 내 상황을 잘 알고선 그 상황에 맞는 말씀문자를 보내주면 참 고마운데..
그런데 -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함이오..-뭐 이런 질책투의 문자를 보내오면 뒷통수 때려주고 싶다.
근데 역시 내가 정말 정말 싫어하는 문자는 일방적인 약속 취소 문자다.
이거 정말 무례하고 빙신같은 짓이다.
너무 미안할때 주로 소심한 남자들이 이짓 잘한다.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당일날 문자를 보낸다.
- 미안해요.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만날꺼 같아요. 담에 연락 드릴께요. -
이런 놈 대부분 나중에 연락 없다.
그런건 확실하게 전활 걸어서 정중하게 직접 양해를 구해야지.
문자를 받든지 안받든지 난 문자 보냈으니까 할거 다 했다라고 생각하고 잊어먹는다.
빙신! 소심해서 그 소갈딱지에 파리똥도 못싸겠다.
남자답게 전활 걸지 손톱보다 작은 문자 눌러가며 정말 미안한데..어쩌구 저쩌구.. 그러구 있냐.
통신이 발달하고 다양한 연락방법이 생기는건 좋다.
그치만 빠른 연락망을 빌미로 악용되는 점이 많다.
옛날엔 약속을 하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딱 그 시간이면 나가서 만나곤 했다.
지금은 핸펀의 용이함을 이용해 느슨해진다.
여차하면 전활 걸어 늦는다고 하면 되니까 자꾸 시간에 닥쳐서 변경하고 변경하고 그러는거 좀 별로다.
그게 융통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화를 너무 믿고 상대방을 무시하는거 같다.
근데 이건 내가 잘 쓰는 수법이다..-_-;;
늘 밍기적 거리다 시간 조절 잘 못하는 나는 꼭 10분씩 늦는다고 문자를 날려야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역시 문명의 편리를 이용해 나를 게으르게 방치하는거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자는 심심할때 때마침 좋은 친구에게서 날아온 문자다.
-- 뭐해? 바뻐? 안 바쁘면 오늘 나랑 놀자.--
이거 사실 내가 친구들에게 잘 보내는 문자다.
친구들도 나에게 이런 문자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
-10월 2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