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마신걸까...
어제 여덟시에 시작해서 오늘 새벽 다섯시를 즈음해서야 파한 술자리...
오랫만에 만난 아이들의 반가운 표정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반가웠나보다...
정오를 넘겨서 일어났을 때...
내 머리를 짓누르는 무언가.....
'아.....어젠 정말이지 너무 많이 마셨구나.....'
역시나 술의 위대함을 그리고 고통을 몸으로 실감하며 수화기를 든다.....
컬러링이 없는 그 아이의 전화....
왠지 신호음까지 내 머리를 누르는 것 같다....
그러나 '여보세요~'라는 그 아이의 음성에 한결 머리가 가벼워지고.....
난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내 아픈 머리를 설명한다....
"응.....개미가 내 머릿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죽겠다......ㅠㅠ"
"개미?? 외로운 사람한테 개미가 보인다던데......"
나의 의도와는 다른 그 아이의 말....
그래도 귀엽다.....어린 시절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그 아이....
전화를 하면서 다시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내 전화를 끊으면 다시금 사라지는 생각.....
정말 내가 사랑하긴 하는걸까...
오늘 할 일이 없다는....그래서 만나고 싶다는 그 아이의 빙빙 돌린 표현을....
난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해버렸다....
자꾸 그 아이가 했던 잔인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잔인한건가...?'
그랬던 것 같다....
난 아주 좋아했던 강아지를 던져버린 적도 있고....
아파트 3층에서 고양이를 던진 적도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기들을 볼 때 꽉 깨물어버리고 싶단 생각도 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그 상대를 아주 비참하게 했던 것 같다...
잔인해지지 말아야지....
오후에 착한 친구놈이 우리동네까지 왔다...
자기 돈을 써가며 목욕탕에 데려가주고....밥도 사주고.....
어제 내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웃으며 정신없이 하는 그 놈...
정말 친구가 좋긴 좋다....
그러던 중...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니 어제 작업하데.....!!"
"누가 좋은건데...??"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술이 취해서 정말 친구인 그 애에게 못할 말이라도 한건가...
그렇다면 기억이 안 날리가 없을건데...
알 수가 없다.....
분명 내가 사랑이라 생각하는 건 그 아인데....
그 아이를 위해서 난 좀 더 모범적이고 깔끔하고 능력있고 멋진 사람이 될거라 생각하는데....
그런데 그 놈의 말이 맞다면 어제의 내 행동은 무엇인가...
스스로 나도 인정한 바람기인가....
알 수가 없다.....
역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까지 마시는 술은 독이다....
한 시간이 너무 길다....
속죄하는 마음에서라도 오늘은 꼭 그 아이에게 내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