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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있는 그대로의 나   2007
따뜻한 햇살 조회: 2465 , 2007-02-21 23:56
그를 만났던 월요일은 손이 떨려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고 함께 있는 동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반짝거려왔다.
만나서 시내를 걷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갔었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남겨진 추억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고
내가 뛰어나게 예쁜 얼굴과 수려한 몸매를 자랑하는 것도
부티나는 집도 명문학벌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이렇게 소박하다.
그 애를 붙잡기 위해서 최고로 노력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실패해버렸다.

내가 그 애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라면
그 애는 귀엽고 얼굴이 작고 키가 크다.
길을 갈 때 내가 사람에 치이는 게 보이면 바깥 쪽에 서서 걸어가주었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문을 열어 주었고
내게 말을 할 때 그 속삭이는 듯한 약간 작은 음성이 좋았다.
외적인 면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적인 면을 알게 되기를 바랬었다.
내 이야기와 그 애 이야기는 시간 속에서 적절히 섞여 들어가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그애와 함께 한 시간에 취했다.

그 애는 친구로 적당한 아이였다.
마지막까지 남긴 내 미련을..그 애 역시도 친구로 미뤄두고자 했다.
그 문자가 그래도 그 애가 모른척하지 않고 보낸 답장이었기에
다시 대답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날 하루를, 그 다음 하루를 그냥 보내었다.
그냥..?
아니다. 발 없이 떠다니는 육신잃은 영혼처럼.

친구라는 어정쩡한 사이-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애는 또다시 답장이 없다.

다 가질 수 없는 거지만 그 애는 나한테 전부가 되었으면 했었다.
전부이기를 원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이..제...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나자신을 싫어하면 안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없게 할 수는 없잖아
무슨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처럼 웃음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