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시간 일찍 끝나는 날이다.
서점에 가서 책도 읽고 놀다가 들어올까? 뭘하면 재밌을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냥 집에가서 쉬자!를 택했다. 그러면서 집에가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싱글벙글 집에 갔다.
집에 가니 언니가 있었다.
얼마 전 싸운 후 서로를 유령처럼 대하며 지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앞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먹을 엄두가 안나 언니가 밖에 나가기를 기다리며 방에서 컴터를 하며 대기했다.
좀처럼 나가는 소리가 나지 않더니 (배가 고파온다..)
부엌 쪽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소리도 들려왔다. 치~익~~~~ 고기 굽는 소리.
마음은 하나도 안 맞는데 식성은 이리도 비슷하다..
나는 오늘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가 딱히 갈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좀 있으면 저혈당 증세가 올 것이 뻔하다..ㅜㅡ
갈 곳 없고 할 일 없는 내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머리 속엔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나 생각하고 있다.
발 길에 쓰레기가.. 자꾸 채인다 우이씨.. ㅜㅡ
서점이나 갈까 하고 버스를 탔다.
속이 비어서 별루 즐겁지 않고 책도 눈에 안 들어 올 것 같다..
세븐일레븐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렸다. 프레즐 두 개를 샀다. 완전 맛있어!
들고 뜯으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집으로 다시 걸어왔다. 그래도 꽤 먼 거리인데..
그 어느때보다 발걸음이 가볍다...ㅡㅜ
공허한 뱃속에 좋아하는 빵이 들어갔으니 아니 가벼울 수가.. 그래도 너무 단세포같다...
빵 먹은 건 좋은데.. 너무 외롭다.
언니랑 사이가 좋다면 덜 외로울 것 같다. 혼자 걷는 그 길도.
집에가면 나에게 이를 가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의 외톨이 같이 느껴진다.
그래도 맞지 않는 걸 억지로 끼워맞추기는 싫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도 모두를 사랑할 수도 없는 거니까..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