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아 관련 지식에 관심이 많다.
20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남자 친구 한 번도 사귀어 보지 않은 처녀인데.
그래서 난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막상 같이 있어보면 귀찮고, 어떻게 대해줘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육아 관련 책이나 프로그램을 보면 눈길이 가고,
부모와 아이가 같이 있는 것을 보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눈길이 간다.
생각해보니,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무뚝뚝하고, 히스테리컬하고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이중적이었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적절한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은 전부 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식이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지.
나는 약속은 꼭 지켜야지.
나는 자식에게 욕을 하지 말아야지.
나는 자식에게 새벽부터 짜증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는 자식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말아야지.
나는 자식에게 자아존중감을 불어넣어 주어야지.
나는 자식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지.
나는 자식에게 도덕적인 모범을 보여야지.
받기 싫은 전화를 무시하지도 말며, 친척들과의 만남에 거짓말로 자리를 뿌리치지도 말아야지.
나는 자식을 절대 때리지 말아야지.
나는 자식이 보는 앞에서 남편과 싸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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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하고 올바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내 유년 시절이 불쌍해서
그렇게 육아 관련 책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나보다.
'맞아, 육아는 이렇게 해야해' 는 결국 '나도 이렇게 자랐더라면 좋았을텐데'이다.
부모님과 손을 잡고 즐겁게 걸어가는 아이를 보면 흐뭇해지고
자식의 말을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부모를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분하다.
언제까지 자기 연민을 계속할 것인가.
이미 나는 다 자랐는데.
더 이상 누가 날 키울 단계는 지났는데.
언제까지 나도 저렇게 누군가 키워줬으면, 하고 바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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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동생 때문이기도 하다.
내 동생만큼은 좀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님 대신 내가 교육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자녀 교육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나는 그저 동생보다 3살 많은 누나일 뿐이다.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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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고민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
그 구절처럼 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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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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