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이 이혼한다.
아니, 이미 했다. 지금 이혼 중재기간이다.
나는 이미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암적인 존재다.
아버지가 있으면 분위기도 별로 안 좋고,
얘기도 잘 안 한다.
모처럼 다같이 모여서 TV를 보고 있으면 거실에 떡하니 앉아서 담배를 피워서
나와 내 동생을 방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아버지가 없으면 나랑 내 동생이랑 어머니는 즐겁게 지낸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랑 빨리 따로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불쌍하다, 연민스럽다, 등 나를 붙잡는 생각은 떨치려 한다.
그동안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다.
요즘 들어서 조금 덜하기는 하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었고,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간 기억은 나를 자유롭게 두지 않는다.
20년 동안 미워하던 사람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용서할 수가 있겠는가.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잃은 것이 얼마인데.
용서할 수 없다.
같이 사는 한.
그래서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비참해한다거나 외로울거라거나 하는 연민은 잠시 접어두자.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해.
네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소외감을 받을 것 같다고?
그래도 지난 세월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어다 줬디고?
그래서 못되게 굴면 안된다고?
아니야.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잘못을 저질렀어.
그건 경제적인 부양이나 생명을 주신 분이라는 것만으로 용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네 마음은 아는데, 너는 그를 미워할 줄 알아야 해.
미워해야 용서도 하는 거야.
제대로 한 번 미워해보자.
미워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부글부글 끓는 증오를 외면하고 묻어버리려고만 하는 건
너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
미워해.
실컷 미워해.
죄책감 갖지 말고 미워해.
나는 아버지가 미워.
증오해,
혐오스러워.
절대로 그에게 잘해주지 않을 거야.
그가 잘못한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
그건 당연한 거야.
니가 못된 게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제발 누가 좀 나한테 그렇게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