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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내가 사람을 사귀는 방식에 대한   un.
조회: 3571 , 2011-06-19 13:46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해오던 것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왜 나는 여러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지 못하는 걸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걸까.

그러면서 언제나 친구가 많은 사람을 부러워했다.
나도 저렇게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고.
단순히 인맥이 넓다는, 그것이 부러웠던 것은 아니다.
친구가 많으면 그만큼 세상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사람과 함께 찾아온다.'
맞는 얘기다.
어차피 '우주는 이마부터 뒷통수까지'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느냐, 얼마나 많은 간접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우주의 넓이가 달라진다.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항상 소수의 사람들과만 친했다.
많은 사람들과 두루 친해질 수가 없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그 사람들을
전부 다 내친다는 것이다.
나에게 먼저 다가온 친구들을 받아주기만 했어도 친구가 아주 많을텐데,
라는 생각에 자주 내 성격이 답답해진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나의 친구 사귀는 방식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잘 해준다.
잘해주고 싶은 사람한테는.
그런데 친구가 많아지면 모두에게 그렇게 잘 해줄 수 없다.
그러면 잘해 줄 수 있는 친구, 잘 해줄 수 없는 친구가 나뉘게 되어 있다.
나는 그것을 '차별'이라고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평등'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아버지를 싫어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잘해주기가 싫었다.
말 한마디 살갑게 해주는 것도 싫었고, 안마는 커녕 만지기도 싫었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해주고 싶었다. 잘해주고 싶었는데,
아버지에게는 무뚝뚝하면서 어머니에게만 잘해주면,
아무리 싫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비참함을 느낄 것 같아서,
그래서 덩달아 어머니에게도 잘해주지 못했다.
편지를 쓰고 싶은데,
어머니한테만 쓰고 아버지한테는 안 쓰면 아버지가 비참해할까봐서
결국 어머니한테도 쓰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가 씁쓸함, 비참함을 느끼는 것이 싫다.
누구에게든 잘해주고 싶고, 어느 한 사람에게 신경을 못 쓰게 될 만큼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싫다.
내 사람이 된 이상, 내 친구가 된 이상 정말 정말 잘 해주고 싶다.
잘 해주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친구가 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도 소수의 친구만 사귀나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이유보다도 이게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 나쁜 방식은 아니다.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쭉 살아야겠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고치고 싶다.

편식.
나는 편식이 심하다.
음식을 굉장히 가린다.
조금이라도 입에 맞지 않으면, 입에 대지도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면 아예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편식이 인간관계의 편중을 가져오는 듯 하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친해지되
그 깊이 친해질 사람을 만들 때
조금 더 많은 후보들을 만들자.
한 번 살갑게 인사하고 얘기하는 것만으로 그 친구와 꼭 깊이 친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챙겨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잠깐의 탐색전.
그것만큼은 두려워하지 말자.

-

아, 모르겠다.
복잡하다.
정리하자.
나의 인간관계에는 대략 네 가지 정도의 문제가 얽혀있다.

첫 째, 자신감부족.
둘 째, 사람에 대한 신뢰부족.
셋 째, 편식
넷 째, 평등에 대한 강박관념

-

넷 모두 성장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이번 여름 방학의 목표는
이 네 가지의 근원에 대하여 탐색하고 사람을 대하는 과정에서 고쳐보는 것.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My stroy'

youlike06   11.06.20

예전부터 느낀것은 미니미님은 스스로의 대해 정리를 깔끔하게 잘 하시는것같아요.
저는 저를 잘 정리를 못하겠어요...
대충 아 난 이런 부분이 있는것같아. 하고 넘어가버리는...?
일기를 쓰다보면 복잡난해한 심적표현만 많다고해야하나...

글을읽으며 비슷한부분을 느꼈습니다.
저도 다가오던 친구들을 받아들였더라면. 의 생각을 가끔씩했어요..
말해보고 아 이친구와는 깊게는 못가겠구나 혼자 판단해버리고.
맘을 넓게 열지 못했던 스스로의 대한 판단 결과라고 생각하니 자책하게되고..

하이고.. 요번 여름방학 목표. 멋지네요^^ 꼭 목표달성하시길 바랄게요,

李하나   11.06.26

음, 저도 정리가 될 때가 있고 안 될 떄가 있어요. 많은 부분이 정리가 안 되지만 정리가 되는 부분만 여기에 올리는 거죠, ㅎㅎ 저도 우울이나 불안을 즐기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아예 정리하지 않으려 할 때도 많고..음, 그래도 이렇게 가끔이라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이 말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항상 떠올리면서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말이에요. '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할 뿐.' 과, 상실의 시대에서 나가사와란 사람이 했던 말,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말아. 그건 비열한 짓이야.'라는 말이요. 이 말을 떠올리면서 항상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답니당.
맞아요,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한 면만 보고 '아, 얘는 나랑 안 맞아.'라고 판단을 내리고 셔터를 닫아버리는 것,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여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를 알아내고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secret   11.06.20

응응 맞아요 잃어버린님이 하신 말 그대로 문제상황 > 내면바라보기 > 해결책 궁구 > 목표와해결법제시 ? 막 뭐랄까 문과식 사고에서 공대식 논리로 접어든다고해야할까요;? 항상보면진지하게 삶을 바라보는것같아요
근데 제가 미니님과 비슷한 고민을 할 때 누군가 그러셨지요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라고요
뭐 내가 좋든 싫든 감정이 말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모양이라고 제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일단 편해지세요
그리고 편하게 대해보세요
어줍잖은 댓글이지만 제가 꽤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얻은 해결책이라 남겨봅니다

李하나   11.06.26

ㅋㅋ수능 문제집에서 많이 보던 형식인 듯하네요. 저렇게까지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비슷하답니다. 내면 바라보기까지는 답답한 마음으로 걍 마구 써내려가구요, 이러기만 하면 뭐해,하면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려고 애쓰지요.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라, 음, 그런가요. 그러면 저는 너무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는 아이가 될텐데..사실 이게 두려운 것 같아요. 그렇게 정이 많은 편은 아닌데, 또 누가 나에게 정을 주지 않는 것은 무섭거든요. 그래서 항상 내가 가진 정보다 많이 주려고 하다보니까 힘들어지고 사람을 기피하게 되는 것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closer   11.06.20

저도 인간관계가 미니미님과 비슷해요~
저는 여러 사람에게 두루 잘해줄만큼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도 요즘은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피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근데 좀 무리하게 선을 넘어서 다가오려는 사람이 있어서 난감해요 -.,-

뭐든지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미니미님이 사람을 사귀는 방식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李하나   11.06.26

ㅋㅋ제 친구는 그 무리하게 넘어오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울더군요, 왜 저러냐면서....그래요, 각자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