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한없이 밝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내가 이만큼 어두운데,
날 좀 지탱해주고 날 이끌어줄 작은 빛이 되어줄 누군가 있었으면.
어두운 사람이어도 괜찮지만
서로 어두워 같이 부둥켜 안고 울긴 싫으니까.
어둠 속의 나를 이끌 사람 하나 있었으면.
그럼 그 작은 빛같은 사람 옆에서 나도 빛나려고 노력할텐데.
지금 난 어디에도 내 맘 둘 곳이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 세상 누구에게도.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꺼내놔도
"그래그래.. 잘 견뎌왔어" 라고 내 등을 다독이며 내 편이 되어줄.
꾹꾹 눌러참은 이야기를 꺼내며 어린아이처럼 울어제껴도
내 눈물, 콧물 다 닦아주며 내 편이 되어줄.
어설프게 위로하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닌
그냥 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날 지탱해주고 날 이끌어줄.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련만.
+)
추석이 지났다.
추석 전날, 시골에 내려가 할머니와 음식을 하고 그날밤 탈이 났다.
목이 따끔따끔하고 코가 시큰거리는 것이, 아.
가을감기가 찾아왔나보다- 때맞춰, 늦지도 않게. 가을과 동시에 내게 찾아왔다.
추석날 아침, 차례상을 준비하며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셨다.
더운 주방이라, 할머니는 선풍기를 틀었고 거실엔 에어컨이 시원한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큰집이고, 할아버지가 계신지라,
수많은 손님들이 왔다가고, 3-4번의 손님상을 치웠다 차렸다를 반복하자
오후 4시쯤 그냥 뻗어버렸다.
수고했다고, 미안해하는 엄마에게는 그냥 웃고 넘겼지만,
그다음날부터 지금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금방 귀체온계로 재봤더니 38.5도.
콧물이 나고, 코가 시큰거리고, 터져나오는 기침을 막지 못한다
가난과 기침은 숨길 수가 없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보다.
참으려해도 참아지지 않고, 되려 더 크게 터져나오니 말이다.
약사인 아빠는 약을 가져다줬지만,
난 어렸을적부터 약을 먹지 않았다. 내성이 생긴다는 것은 둘째요,
내 몸 속에 방부제를 넣는 것 같았다.
온갖 몸에 좋다는 영양제, 감기약, 배탈나면 먹는다는 약, 설사약, 두통약 등등.
내가 죽어도, 그 약들덕분에 썩지도 않을 것 같다고.
그리고 주사도 못 맞는다.
심장이 약한 것도 모자라, 혈관조차 약해서, 채혈이나 링거바늘 하나 꽂기도 힘드니.
주사또한 오죽하랴.
배와 대추, 생강을 넣고 꽤 오랜시간 닳였다.
한잔씩 꿀 한스푼을 넣고서 홀짝홀짝 마신다.
아.
빨리 나았으면...
기침은 그나마 괜찮은데, 콧물과 코막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