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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수고했어, 오늘도   trois.
조회: 2884 , 2013-01-15 22:13


(안녕하세요, 울다 여러분.
중간에 성폭행과 관련된 사실적, 그리고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이 있어요.
하나가 치유를 위해 쓰고 있는 글이지만
울다 여러분께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아 미리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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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토, 일 
시골에 내려갔다 왔다.
당연히 금요일, 토요일 이틀 약국을 빠졌다.
이 일로 미운털이 박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할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라도
금요일은 그렇다치고 
토요일에 카톡 한 통에 약국을 빠져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하루 종일 
실수 투성이였다.
출근 시간도 30분 늦고
하루 종일 실수 연발.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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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 관대하던 약국 사람에게서
이제는 눈총이 느껴지는 것 같다.
실수가 쌓이고 쌓인 결과다.


다행인 것은
이제 한 달 뒤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끝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복학이다.



.
.

이제 일을 그만둔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이렇게 실수연발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가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국장님이 어이없어 할 것 같고
'얘 뭐야?' 라고 생각할 것 같고
처음부터 복학할 생각이었는데 돈 벌라고 들어왔다고 
나쁘게 생각하고
나를 미워할 것 같아서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미워할까봐
지금도 나를 미워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
.


도망치고 싶다.






-

생각해보면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내 편이 아니었다.
나의 실수에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과 
같은 편이 되어
그들과 함께 나를 나무랐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등을 돌려도
적어도 나만큼은 내 편이어야 하는데.

나는 지금 나의 편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나의 편이 되어야겠다.
사이좋게 지내기로 해놓고서는
나 힘들 때 내 편도 안 들어주고
남의 편만 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나랑 사이가 안 좋은지 몰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렇게 미워하니? 
뭘 그렇게 잘못해서 
나를 그렇게 다그치는 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만 좀 다그치란 말야.
내 편 좀 들어주란 말야.

나도 힘들어.
힘드니까 자꾸 실수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이 나 같은 일을 당해봤어? 
돈 크라이 마미 보니까 
그 여자애는 죽어버리더만.
세상에 성폭행 당하고 죽어버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 말은 죽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아니고
성폭행 당하면 무조건 죽는다는 것도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사람들은 죽기도 할만큼
큰 고통이라는 거야, 성폭행은.

성폭행을 당하지 않은 사람과
같은 것을 기대하면
나는 너무너무 힘들다 이 말이야.
자꾸 생각나는 걸 어떡하라구.
자꾸자꾸만 생각이 나서 일상 생활에 집중이 안 되는 걸.

사람마다 힘든 일이 있겠지만
이건 정말 상식적으로 너무나 힘든 일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이러는 거야.
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하고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 종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어서
이것저것 다 깜빡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런 거라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모른단 말이야.
이럴 수밖에 없는 걸 몰라.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한다거나
내 편이 못되어준다든가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해.
나를 모르니까.

그런데 나는 나를 알잖아.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그럼 나는 내 편이어야지.
나 힘든 거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건 난데,
내가 힘든 걸 내가 몰라주면 누가 알아줘.

내가 아무리 힘든 모습 보이고
힘들다 이야기해도
그 사람들은 내가 힘들다는 걸 알 뿐이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구.
왜 힘든지도 정확히 모른다구.


그런데 나는 알아.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왜 힘든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알아.

나는 정말 정말
다 내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도망쳐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고
그 이유는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상처를
치유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힘들 수밖에 없어.
집중이 잘 안돼서 실수를 할 수밖에 없고
한 번 들은 이야기를 잘 까먹을 수밖에 없어.
하루 종일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에 대해서 고민하느라고
다른 일에는 집중을 못할 수밖에 없어.
당연한 거야.
그럴 수밖에 없어.

나는 알아.



.
.

나는 정말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쉴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구.
머리를 식히지 못하면 
터져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시골에 내려간 거야.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나는 정말 정말 돈이 필요했어.
학자금 대출을 한 달에 70만 원씩 갚아야만 했고
복학하려면 100만 원 씩 갚아야했어.
지금도 그렇지.
그러려면 약국같이 돈을 많이 주는데서 일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었단 말이야.
1년 이상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는 없었지.
복학을 해야했기 때문이야.
복학도 해야 하고
등록금도 갚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약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럴 만 했어.



.
.



그런 일을 당하고도
이렇게 열심히 매일 매일 일을 나가고 있다는 게 어디야.
다 때려치고 방에 틀어박히고 싶단 말이야.
아니 그냥 나도 편하게 잠들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사는 게 얼마나 고역인 줄 아니? 

앉아서 일을 하고 있잖아? 
절정의 순간에 내 이름을 부르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의 페니스가 내 질 속에서 왔다갔다 할 때의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방 안에 진동하는 지린 냄새,
울면서 싫다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
그런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가 술을 먹고 나를 덮쳤을 때,
이러면 나를 놓아주지 않을까 미친척하던 나의 모습,
미친척 발버둥치는 나를 힘으로 내리 누르며
'얘가 왜 이래?'
하던 아버지의 목소리,
내 위에서 나를 누르던 아버지에게 
'왜 이래, 술 취했어?!'
라고 소리지르던 내게 날아왔던 주먹,
그리고 골이 울리는 느낌.

중학교 1학년 때,
사진을 찍어주면 다시는 이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아버지에게서 각서를 받아내고
그에게 찍어준 사진과 동영상,
옷을 모두 벗고 침대에 누워 
'얼굴은 찍지 마'라며 
그가 가졌던 조그만 올림푸스 디카로 
나를 찍어대던 그 날,

그는 내 질에 자신의 페니스를 집어넣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그 모습을 찍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그는 3학년이던 나를 안방 침대에 눕혀놓고
나의 그곳을 빨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의 손은 나의 그곳을 만지고 있었고
그 전화를 끊고나서도 한참을 더 내 그곳을 빨다가
내려갈 준비를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요일마다 4교시를 했던 나는
집에 일찍 돌아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나를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어느 날,
나는 정말로 집에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친구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친구집에서 포스터 그리기를 해야 돼서
집에 가지 않겠노라고.
아버지는 화를 냈다.
그리고 이따가 죽을 거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친구집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엄마가 집에 돌아올 ‹š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퇴근한 뒤
나에게 학원 성적표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공부를 꽤 했던 나의 성적표는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다만 수학 성적이 조금 떨어져
86점이었다.

아버지는 10달 동안 공부를 안 했으니
10대를 맞으라며
플라스틱 자를 세워서 내 손바닥을 때렸다.
나는 아버지가 왜 지금 나를 ‹š리는 지 알고 있었으므로
이를 악 물고 맞았다.
잘못했다고 빌지 않는 내가 괘씸했는지
아버지는 이내 자를 내려놓고
나를 마구잡이로 밟기 시작했다.
안경까지 벗겨놓고는
마구마구 밟았다.



.
.



이런 저런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데
어떻게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있겠어.


못 하는 게 당연한 거야.
응응.





그러니까 나는 내 편.
다른 사람들은 다 나에게 등을 돌려도
나는 내 편.
나밖에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어, 지금은.
나밖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 편이 되어주자.
내가 아무리 실수를 많이 하더라도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나만큼은 나를 이해해주고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자.




.
.


내일은 국장님한테 가서
일을 그만둔다고 이야기해야겠다.



"국장님, 죄송하지만 일을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
휴학하고 돈을 벌려고 했는데,
혹시나 하고 장학금 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돼서 복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달만 더 하고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물론 국장님이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게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똥 밟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가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너는 일 하는 거 봐서는 어디가서 뭐 제대로 못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누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너무 겁이난다.


그러나 괜찮다, 하나야.
나는 똥이 아니야.
가식도 아니야.
약국에서 일 하던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란다.
해외 봉사가서 보였던 나의 잠재력을 생각해봐.
해외 봉사 인솔자 선생님이
감격에 차서 나를 안아주며 하셨던 말씀,

'너는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힘들면 나에게 이야기해라.'



.
.


물론 약국에서는 안 좋은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나의 전부는 아니란다.
나는 힘들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어.
비록 실수를 많이 했고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던데다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약국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다 모른단다.
왜냐하면 내가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니까.
그 사람들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
평범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야.
그럴 수밖에 없단다.

그러나 나를 아는 사람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봐.
하나같이 나를 사랑하잖니.
하나같이 나를 응원하잖니.
대단하다면서
사랑스럽다면서
멋지게 살 수 있을 거라면서
나를 믿어주잖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한 것쯤에
흔들릴 필요가 있겠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알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하나야.
난 나의 편이야.
나를 이해해.
내가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아.
나를 지지한단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욕하고
나를 답답해하고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나를 이해해.

왜냐하면 나는 나를 아니까.
22년 동안 나의 곁에 있었으니까.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를 이해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