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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우리 사이 좋게 지내자   trois.
조회: 3060 , 2013-01-11 00:06



오늘은 너무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이 힘들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또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리고는
또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다가
겨우 정신을 차릴 무렵

엄마가 퇴근을 했다.
엄마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짜증을 늘어놓았다.
왜 동생 밥을 안 챙겨주었냐느니,
집구석에 들어와서 하는 일이 뭐냐느니.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자기가 좀 챙겨먹지 못하냐며
지가 배고프면 지가 알아서 먹을 것인데
왜 안 챙겨줬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냐며
엄마에게 화를 냈다.

엄마는 내 방으로 와서
너 왜그러냐고 했다.




나는 이불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그냥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는 내 옆에 앉더니 왜 그러냐고 물었다.
왜 우냐고.
약국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계속 울기만 했다.
너무 힘들다고.
힘들어서 죽겠다고.

엄마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아빠한테 당한 일 때문에 매일 매일 너무 힘들다고.

엄마는 어떡하냐며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엄마는 한숨을 푹 쉬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 카톡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혼자서 방에서 울었다, 계속.
엄마가 다시 와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엄마는 오지 않았다.
계속 카톡하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너무너무 화가 났다.
딸은 자기 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너무 너무 괴로워서 이렇게 펑펑 울고 있는데
자기는 남자친구랑 카톡이나 하고 있다니.

내가 화장실을 가려고 
엄마 앞을 지나쳐도 
엄마는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괜찮냐는 한 마디만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는데.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이건 좀 뭔가 아니다 싶었다.

내가 그렇게 힘들어서 울고 있는데
관심도 안 가지다니.
엄마가 엄마가 아니다 싶었다.
여기서 더 이상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 갔을 때 썼던 배낭을 찾아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에게
지금 너희 집에 가도 되겠냐며
카톡을 했다.

친구는
와도 좋지만
먼저 엄마와 이야기를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게 친구랑 잠시 카톡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방에 들어왔다.


너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나갈 거라고 대답했다.


왜, 어딜 가려고 
나는 여기서 살 수가 없다.
왜-
나는 힘들어서 울고 있는데 엄마는 카톡이나 하고 있다.


엄마는 대답했다.
내가 대답도 안 하고 울기만 하길래
잠시 혼자 있게 내버려 둔거라고.
말 하고 싶을 때 말하라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뭐가 힘드냐고 물었다.
나는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학교라도 다니면 좀 나을텐데
약국에서 일을 하려니 하루 종일 생각이 나서 미치겠다고.
너무너무 힘들다고.
남자친구와 지내는 것도 힘들다고.
아빠가 엄마를 대하던 것들이 생각나서
나는 남자친구를 믿을 수도 없고
기분이 매일 너무너무 안 좋아서 
남자친구한테 잘 해줄 수도 없어서 속상하다고.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어떻게 하면 안 힘들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좀 쉬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잠시 머리를 식히고 오라고 했다.
약국에는 할머니가 위독하시다고 이야기하고
잠시 바람 좀 쐬고 오는 것이 낫겠다고.
차근차근 생각해보라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지.




.
.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



내가 왜 힘든지
무엇이 힘든지
얼마나 힘든지
처음으로 소리 지르지 않고
'죽겠다'
'못 살겠다'
라고 울부짖지 않고


'말'
했다.



이러이러해서 힘들다,
저러저러해서 괴롭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는 들어줬고
수용해줬고
알아주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너무너무 편해졌다.






.
.




그리고 정말 정말 신기한 것은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는 것이다.


지금껏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 때문에 
매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것에
남자친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
헤어질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그 이성의 털끝을 붙잡고 버텼다.

내가 지금 힘든 건
남자친구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문제 때문이다.
착각하지 말자.

안간 힘을 쓰고 버텼다.
이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결국은 맞았다.
남자친구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남자친구에 대한 내 감정에는 변화가 생겼다.

변화할 곳은
이 쪽이다.


집중 해야 할 곳은 
그리고 내가 변화시켜야 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은
이 쪽이다.

아버지와의 일.


내가 지금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뤄야 할' 문제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이다.


다른 무엇으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혀봤자
그것은 모두 다
자아의 착각일 뿐이다.




정조준 하라.

친족 성폭행,
아버지가 나에게 저지른 13년 동안의 성폭력.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이것이며
지금 당장 내가 직면해야 할 것도 이것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이다.


무의식아
하나야
어린 하나야
같이 가자.
우리 곁엔 엄마도 있고
동생도 있고
평생을 같이할 친구도 있고
나를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있고
나를 좋아해주는 많은 친구들
그리고 나를 지지해주는 상담사 쌤이 있고
언제나 나에게 중요한 말씀들을 해주시는 티아레님도 있단다.

어머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잖아.
절대로 우리는 지거나 무너지지 않을 거야.
저 사람들이 우리를 꼭 붙들어줄 거거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잖아.




.
.



우리는 무지무지 힘들 거야.
그래도 봐,
힘든 뒤에 평온함이 오잖아.
힘들고 힘들고 힘든 뒤에는
언제나 행복하단다.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할 거야.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 지 알아? 
이 글귀 읽었지? 


'지금 힘든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고
도망치고 싶은 것은
지금 현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고
불행한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독설>



우리는 말이야
행복해지고 싶은 거야.
그래서 지금 불행한 거야.
행복해지고 싶지 않으면
불행하지도 않을 테지만
우리는 너무너무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믿어.
우리 믿자.
우리 앞에는 말이야
앞으로 더 좋을 일 밖에는 안 남았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우리가
모레는 내일보다 더 나은 우리가 될 거야.

우리는 말이야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점점 더 좋아질 거야.
그리고 
점점 더 행복해질 거야.




그럴 수 있도록
너와 내가 손을 꼭 잡고
그렇게 같이 가는 거야.
우리가 함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단다.




우리가 지금 괴롭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야.
우리가 괴로운 이상
우리는 행복할 거란다.



.
.


우리는 참 모진 일을 당했지,
그렇지? 
우리는 참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충분히 힘들자.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자.
미워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미친 것처럼 지내보자.

우리는 그래도 되.
우리가 그래도 아무도 욕할 사람 없다? 
누가 우릴 욕해? 
누가 우릴 욕할 수 있겠어?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해.



우리는 행복해져야 해.



.
.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내자? 
서로 미워하지 말구
서로를 탓하지 말구
밀어내지 말구, 
응? 

우리가 힘을 합쳐야
못된 아빠놈을 물리칠 수 있다구.
우리끼리 싸워봤자
둘 다 힘들어질 뿐이야.
그렇잖아? 


고마워.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에.
우리가 힘을 합치면
놀라운 결과가 일어날 거야.

꿈과 희망   13.01.11

하나양 힘내요.
다 좋아질거에요.
파이팅

쭈잉   13.01.15

힘내세요*^^*

좋은씨앗   13.02.13

음... ^^;; 항상 저보다도 많은 양의 글을 올려주시는 하나양의 글 잘 읽었어요
사실 저랑 지금 연애하는 여자친구도 제게 만날 때마다 하는게 있어요
3초 이내에 대답하라고 ^^;; 안그러면 하나양이 쓴 글에 한 30배쯤 ^^?
저에게 그동안 자기가 힘들고 답답했던 이야기들을 핵폭탄급으로 쏟아 낸답니다
제가 여친에게 해줄수 있는건 그저 옆에서 그 모든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차근차근 제 귀에 담아 주는 "경청" 이랍니다
그러고 나면 여친은 속이 시원해지고 민망해지는지 저한테 장난을 치기 시작하죠
이거 원 좀 당황스럽고 마치 제가 쓰레기통이 된듯 ^^? 한 기분이 들긴하지마
그래도 여친이 기분이 풀리고 제 앞에서 싱글벙글 웃는 그 웃음이 귀여워서
저도 피식 웃어 주곤 하지요

그래요 하나양 힘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속 시원하게 쏟아내 봐여
그래야 힐링이 된답니다.
눈물을 흘리고 나면 한결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말이나 짜증을 부리는 것도 마음속 응월이를 날려 보내는 방법중에 하나죠
하지만 조심하세요 그 말이 자칫 타인에게 독이 되어 날아 갈수 있으니
자신의 말을 받아 줄수 있는 든든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하세요
자칫하면 말이라는 독이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독이 되어 부매랑으로 날라올수
있기 때문이죠. ^^;;

오늘 또 하나양에게 응원의 장문의 글을 남기고 전 이만 휘리릭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