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자친구를 만났다.
밥을 먹고
그에게 포켓볼과 사구를 배우고
카페에 들어갔다.
그가 핸드폰 게임을 알려준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디를 알려주겠다며
만지작거리던 폰에
채팅창 하나가 떴다.
'자ㅋㅋㅋ카톡 안 보네?'
'늦었네ㅋㅋㅋ얼른 자용ㅋㅋㅋㅋㅋ'
두 문장이 선명하게 내 눈에 박혔다.
.
.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눈을 의심하지는 않기로 했다.
일단 내가 본 것은 저 문장이 확실하다.
잊어버리고 불분명해질까봐
바로 메모장에 적어두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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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마음으로
그의 앨범을 켰다.
그는 바로 핸드폰을 가져가며
이 사진 저 사진을 보여주고
노래도 들려주었다.
손이 떨렸다.
나는 느끼지 못했으나
그가
'아 나 왜 이렇게 손을 떨지ㅋㅋㅋ'
라고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그가 손을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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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온갖 상상이 다 들지만
상상은 하지 않아야지.
그리고 판단을 해보아야겠다.
내가 본 것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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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자기'라고 부르는가.
누가 누구와 잠자리에 같이 들며
'얼른 자요'
라고 하는가.
그것은 나와 그가 연인이기에
매일 하는 일.
그러나 그 채팅창은 내가 아니다.
그는 나에게 아이디를 알려준 적도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의혹이다.
그가 그 채팅창에서 아이디를 봤는지는
불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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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누군가가 나의 남자친구를
'자기'라고 불렀다는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돌아와
그와 나눈 카톡을 모두 내보내서
텍스트화했다.
그리고 '얼른 자용'이라는 말을 내가 한 적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었다.
그가 채팅창을 켰을 때
바로 나올만한 기한,
그와 나는 하루 종일 카톡을 하므로
일주일 이상 카톡이 쌓였다면
웬만큼 스크롤을 올리지 않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12월 29일부터의 카톡 내용에서
내가 본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없었다.
.
.
그래서 나는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그 자리에서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확인을 못하고 말았다.
너무 답답하다.
.
.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단체 카톡방이었을까,
그러나 단체 카톡의 맥락은 아니다.
'자기, 얼른 자용'이라니.
.
.
모르겠다.
다음 주에나 다시 만나는데
만나면 핸드폰이나 구경해봐야지.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친구 핸드폰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
갤러리를 들어가본 적도
카톡을 켜본 적도 없다.
그냥 그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다.
혼자 답답해하지 말고
한 번 구경이나 해봐야겠다.
식겁해서 이번 주에 다 정리해버릴 지도 모를 일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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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촉이 온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지.
아버지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해서는 안 돼.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내가 본 것으로
판단을 할 뿐.
아무튼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깨림칙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