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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미정
조회: 1109 , 2003-04-26 09:17
일찍 눈을 떴다.  8시.

한국에 온 뒤로는 낮잠도 거의 안잤는데.  어제도 마찬가지로 안잤는데 잠을 설쳤다.

나 자신도 모르는 불안감이 나를 갑자기 엄습해 왔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자다가도 계속 잠을 설쳤다.  

사실은 더 잘 수도 있었지만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정신없이 뛰쳐나갔는데 오빠가

앉아있을게 뭐람.  나오라고 나오라고 징징대도 도통 나올 생각을 앉는다.

싸버릴 것 같은데.. 뭐야...

드디어 나올랑 말랑. 진짜 급한데... 한번 더 징징댔다.  그 때서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뒷정리를 하고 나오는 오빠.  정신없이 들어갔다.  

에잇~~~~!!! 그 나올랑 말랑 하더니 결국엔 속옷에 쬐끔 묻었다.

뒷정리를 하고, 다시 내 방으로 와 자려고 했지만 찝찝해서 덜 깬 눈을 비벼가며

샤워를 했다.  아이고 추워라....

그리고 녹차를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 사랑하는 녹차..

원래부터 녹차를 좋아하는 건 아니였다.  언제부터였지?

대학 2학년 때 '다도예절'이라는 교양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때부터 녹차의 맛을 알아갔다.  그 이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마셔도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던 내가 녹차의 맛에 푹 빠져들 줄 이야.  그 이후로 맨날 맨날 녹차를 마셨다.

물 대신 녹차.  날이 갈수록 마시는 양이 늘더니, 언제부터인가 하루에 1.5L 이상은

족히 마신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하루라도 안마시면

뭔가 불안한 느낌가지 들 정도니 완전히 녹차 속에서 헤엄을 쳐야겠군.

녹차의 맛을 알다보니 다른 차까지 좋아졌다.  하지만 경험은 없다.

자스민차, 화차... 내가 마셔본 차들이다.  이번에 사스만 아니였다면 학기 마치고

여름방학이 되어 들어올 때 기분좋게 다양한 차들을 사 올 생각이었다.

^^

봄이 됐다고 사람들은 따뜻하다고 하다고 하는데 나만 왜 이렇게 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