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지금은 좀 그쳤나?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채팅을 했다.
1년에 하는거였다. 오랜만에 하는거라 그런지 참 재밌었다.
채팅으로 하루를 다 보냈다.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되긴 했지만 그래도
익명으로 누군가와 얘기한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난 익명으로 얘기해도 비교적 솔직한 편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솔직한 줄 알았다.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거짓말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
그래도 난 나와 얘기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처럼 진실할 거라고 굳게 믿는 편이다.
어찌보면 바보같지.
일주일동안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있었더니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인터넷 중독증에 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일은 외출 좀 하려한다.
한국에 와서 일주일 넘게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처음으로 나가는 것이다.
예전엔 밖에 나가는게 좋았는데 갈수록 의기소침해져서 나의 뚱뚱한 몸매를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게 부끄럽다.
내 자신이 뚱뚱하게 만든 걸 어떡하겠어. 나를 탓해야지.
내일은 종로에 가서 학원 수강 좀 하고, 그리고 뭘 할까?
영화나 좀 볼까?
요즘에 무슨 영화가 상영되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영화얘기를 하면 오락가락 한다.
1년넘게 문화생활이란 것과 담을 쌓고 살았으니 그럴 수 밖에.
마치 내가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요즘의 상황을 잘 모르고 사니까.
신세대 사이에서 무엇이 유행하고 있는지, 어떤 옷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고 있다.
이제 슬슬 유행에 눈 좀 떠볼까나? 집에서의 운둔 생활은 그만 하고, 학원 좀 다니면서
알바 좀 알아봐야 겠다.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