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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미정
조회: 1130 , 2003-05-17 22:12
5월 13일.  밤 10시 정동진행 기차에 올라탔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여행.  4월에 와서 계속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정동진을 택했다.

내가 정동진을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말렸다.  소문만큼 좋지 않다고.

가면 분명 실망할 거라고.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여행이란게 다 만족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실망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계획대로 정동진을 향해 갔다.

일출...

너무 보고 싶었다.  4/21에 한국에 온 뒤로 매일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나태한 생활만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아무튼 정리가 안된 듯한 내 생활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정동진 가면 모든 걸 다 털고, 새로운 다짐으로 새롭게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5시가 못되서 도착했다.  바닷가라서 몹시 추웠다.

서울과는 너무 다른 날씨.  사지가 떨리고 이빨까지 흔들렸지만 찬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교복입은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보였다.  아마 학교에서 단체로 왔나보다.

어쩜 저렇게도 즐거워 보일까?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바닷가를 거닐어 보았다.

모랫속으로 발이 빠져 걷기 힘들었지만 일출을 기다리는 나로썬 아무것도 아니였다.

5:15이 지나도 해는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흐리고 안좋아서 해가 나오지 않는단다.  일출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실망을 하며 역 안으로 들어갔다.

에이.. 짜증나..

일출을 보겠다는 부푼 기대를 저버린 탓에 조금 짜증이 났지만, 한동안 바다를 쳐다보았다.

바람에 맞부딪쳐 거칠게 치는 파도를 보니 느껴지는게 있다고 해야 하나?

잔잔하던 바다도 저렇게 바람과 맞서려고 거칠게 돌변하고 또 금방 쓰러질 것 처럼

가냘퍼 보이는 나무조차도 심한 바람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데 난 이게 뭐람?

바다를 보며 다짐을 했다.  마음도 고쳐먹었다.  더 이상 나태한 생활은 하지 말자.

나 자신을 위해서... 아직도 그 거센 파도가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거센 파도처럼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