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사람과 MSN으로 새벽 2시 30분까지 얘기했다.
갑자기 너무도 가깝게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 처음 내가 이 곳에 왔을 때
나에 대한 관심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거라 생각했다. 날 좋아하는 것 같다는
공주병(?)같은 생각도 일찌감치 버려버렸다.
근데 다시금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려 한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복잡할 문제가 아닌데도 어떤 이유에서든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려 한다는 사실이
자꾸만 날 부담스럽게 만든다.
돈도 잘 안쓴다는 사람이 내일 영화를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사준단다.
처음엔 농담이라 생각했다. 예전에 스파게티도 사준다는 것도 그냥 농담처럼 얘기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자못 진지했다. 계속 '농담이죠?'라고 물었더니 그만 하라고 약간은 짜증(?)섞
인 볼멘 소릴 해댔다.
어떤 사람에게 그 사람에 대해서 얘길 했다. 이러쿵 저러쿵.. 오늘은 어쨌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했
다는 둥... 그 사람의 결론인 즉, 남자로써 볼 때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란다.
참,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며칠 전 알바를 끝내고 전철을 타고 오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난 늘 그랬다. 가만히 있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지나가는 느낌은 이상하게 무서울 정도로
맞춰왔다.
그 느낌인 즉, 그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사실. 애써 아니라고 내 자신을 타일러봤지만 그 불안한
느낌은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고, 그래도 며칠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어제 MSN에서 그 느낌을
다시 받았다.
새벽까지 얘길하고, 누웠지만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질 않았다. 너무나 부담스러움.
껄끄러움. 두려움. 여러감정이 교차해 올 뿐.
그 사람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
"저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전 누군가가 저에게 잘 대해주고 뭔가 해주면 부담밖에 느끼질 않아요.
상대방에겐 고맙지만 난 그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거든요. 부담스럽구요."
그 사람은 진심이냐고 되물어왔다.
"원래 제 성격이예요. 그냥 부담스럽네요."
그 사람은 그게 너의 제일 큰 문제점이라 지적을 해왔다. 그리고 부담갖지 말라고.
동생으로 생각하니까 잘 대해주려고 하는거고, 영화도 보여주고 싶은 거라고.
동생이라...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누군가가 그랬지. 대부분의 남자는 마음에
든 여자에게 오빠 혹은 친구로 다가와서 애인으로 만든다고.
지금의 내 생각들이 헛되길 바란다. 예전엔 남이 뭐라 하든 잠깐이라도 농담을 건네왔는데
지난주부터인가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우체국 안에선 아예 나에게 말도 건네지 않는다.
그 사람 말로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이 신경쓰인단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그러는거지?
그 사람, 남의 시선 신경쓰는 거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혼자 왜 그러는건데? 정말 웃기다.
내일 나가기 싫다. 저번에도 바람 맞혔는데 이번에도 바람 맞히면 정말 화내겠지?
부담스럽고, 두려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