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잠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3:30에 자서 방금 11시가 되기도 전에 눈을 떴다.
다른 날 같으면 오후 1시나 2시에 일어났어야 할 것을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그 사람과의 대화가 은근히 신경쓰였기 때문일까?
내 성격에 대해 꼬치꼬치 너무나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 얘기하는 그 사람이 속으론 조금은
웃겼다. 저 사람 왜 저럴까?
'동생같음'을 강조하며 열심히 말을 해주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내 성격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나중에 얘기해준다는 것도 기어코
졸라서 그 자리에서 말을 하게 하고.. 궁금했다. 과연 내 성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중성'에 대하여. 그 사람은 날 보고 '이중성'이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몰랐다.
처음으로 그런 말을 들었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없지않아 충격이었다. 나도 모르는.. 그리고
몇년동안 지냈던 내 친구들조차 몰랐던 내 성격에 대하여.
그러나 그 사람은 쉽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이 말을 하게 되면 날 좋아하게 되버릴까봐 겁이
난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여하튼 난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을 회피하려는 그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달라고...
어렵게 말을 꺼낸 그 사람. 횡설수설해서 단순한 나로써는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둥, 지금 자신이 날 친한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남녀사이는
아무도 모른다는 둥.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 듣고 나서 난 어이없게도 간단명료하게 다시 얘기해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어렵다면서
그만 두자고 했다.
설마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여자도 마찬가지지만 남자 마음도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날 보고 다가가기 힘든 여자라고, 까탈스런 여자라고 했는데 그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거야.
그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