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데이트(?)를 했다.
식사하고, 영화보고, 장소를 옮겨 술 한잔 하고...
술 대신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려 했으나, 그 사람은 술을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어딜 갔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더니 어렵게 술을 마시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갔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또 나도 술 마신지도 오래됐고 오랜만에 술에 입술을
적셔보고 싶었기에...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다만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내 성격에 대해 이리저리 꼬집어 주었는지도 궁금했고, 오는 길에
그 사람은 나에게 '무서운 여자'라 했다. 다가가기 어려운 여자.
내 나름대로 술을 마시면서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아니였나보다.
내가 나만의 감추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했다. 어쩜.. 아니 그 사람 말이 옳다.
굳이 내가 그 사람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건 아직은 그럴 만한 사이도
아니고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내가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주길
원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는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했던
것 같다. 성격이나.. 가치관.. 모든 걸..
그다지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확실히 느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는 그의 말들이 싫었고, 더욱 싫은 건
같은 말을 번복한다는 것. 아까는 분명히 이렇다고 말하는데 조금 있으면 같은 내용에 대해
다른 말을 한다. 참 웃겼다.
신용이 가지 않음을 느꼈다. 바람둥이라는 것도 느꼈고.. 뻥도 심하다는 것도 느꼈고...
오늘 괜히 만났나보다. 월요일에 우체국 갈 생각을 하니 약간은 어려워진다.
내 행동에 대해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 사람의 마음이 과연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호감이 있다면 냉정하게 끊어야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