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를 만났다. 종로에서 영화보고, 대학로에서 식사하고...
오늘은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저씨한테 술을 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
대학로에서 삼양동까지 걸어왔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 고민에 머리가 아파서
무작정 거닐고 싶었다.
저번에도 아저씬 나한테 자꾸 가까이 다가왔다. 별 거 아니라고 혼자 넘겼다.
그러나 오늘 더 가까이 오려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슬쩍슬쩍 손을 잡으려 하고 손목도 잡으려 하고.. 난 그 때마다 흠칫 놀랐다.
얘기를 하면서 걷고 있는데 아저씨가 내 손을 살짝 잡고 있다는 걸 몇 초 후에
알았다. 얘기에 집중한 나머지 몰랐던 것이다.
슬쩍 뺐다.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돌리려고
"아저씨, 왜 자꾸 남의 손을 잡으려고 해요? 정말 이상하네..."
웃으면서 내 딴에는 분위기 좀 전환하고자 농담을 한건데 갑자기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 순간 내가 너무 크게 말 실수를 했구나 싶어 '아차' 싶었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아저씨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집에선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 들어가기 전 공중전화를 이용해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계속 캐물었다. 오늘 아저씨 같지 않다고. 기분이 안좋다고.
처음엔 다른 이유를 대더니 나중엔 솔직히 말하더군. 손 잡은 것에 대해 내가 너무
무안을 줬다는거다. 정말 내가 그렇게 실수를 한건가? 내 딴엔 농담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아저씨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니 무지 미안했다. 그렇게 무안을 주는건
남자한테 실수라고.. 하더군. 그 아저씨가.
나도 모르겠다. 내가 그 아저씨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마음이 왔다갔다.
허나, 분명한 건 그 아저씨가 나한테 이렇게 다가오려 하면 할수록 부담스럽다는 사실.
정말 나로썬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묻고 싶다.
"아저씨, 나 좋아하세요?"
그래. 좋아하는 거겠지. 날 단순히 동생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애써 손을 잡으려 하지도
않았겠지.
난 이 부담스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