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그 아저씨와 연락을 안하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이 되었다... 어쩜 그 아저씨도
영영 연락을 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잠시, 아주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내가 어제 손잡은 것에 대해서 무안을 줬다고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버스 정류장에 내려 전화를 했을때도, 난 애써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 아저씨를 달래려
했다. 그 땐 내가 미안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은 미안함보다 굳이 기분 나쁜 표정을
달리 지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기분이 다운이다.
그냥 그 아저씨도 웃음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을..
나한테 진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어제는 사뭇 진지했다고 말하지만 난 안다.
나도 눈치가 있거든..
어젯 밤, 잠자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날 혼란스럽게 하는 그 아저씨의 행동들... 자꾸만 의심이 갈 뿐이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나쁜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말이 있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 이 아저씨도 완전히 믿음이 가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같은 말을 번복하는 것도 그렇고, 말과 행동이 약간씩 다르다는 점..
그리고, 중요한 건 날 좋아한다기 보다, 어린애 한번 갖고 놀아보고자 하는.... 또 말하는 도중
거짓말을 섞어서 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당분간 내가 먼저 연락을 안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혹시라도(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아저
씨에게 전화가 오면 피하는 편이 나을 것 같고, 또 MSN에서도 얘기를 나누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
어제 식사 후, 아저씨는 여느때 같지 않은 진지한 모습으로 나에게 물었었다.
"너 만약에 내가 영화 보여달라고 안했으면 나 안만나겠네? 내가 영화 보여달라고 해서
오늘 만난거지?"
"네."
나의 짧막한 대답은 솔직한 거였다. 나는 대체적으로 솔직하므로 굳이 말을 하는데 있어서
꾸미지도, 또 기교를 부리지도, 거의 솔직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가끔씩 덧붙이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좋게 하는거겠지만, 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난 단순히
정말 솔직하게 대답한 거였는데, 나의 대답을 듣는 순간 아저씨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져
버린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럼 내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길 바랬던 것일까?
"아니요. 사실은 아저씨 좋아서 만났어요. 헤헤"
나의 농담으로 어색하려고 했던 분위기는 어쨌든 무마했지만, 나중엔 그다지 좋지않게 헤어져
버렸다.
우체국을 그만 두는 바람에 그 아저씨를 못 봤을 땐 정말 보고 싶고,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어제 오랜만에 봤을 때 그다지 반가운 마음도 기쁜 마음도 없었다.
단지 분명한 건 이런 종류의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게 좋을 듯...
그런 확신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서 그만 연락이 끊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