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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이대로 연락이 끊겨버렸으면...   미정
조회: 1238 , 2003-06-22 12:47
당분간 그 아저씨와 연락을 안하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이 되었다... 어쩜 그 아저씨도

영영 연락을 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잠시, 아주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내가 어제 손잡은 것에 대해서 무안을 줬다고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버스 정류장에 내려 전화를 했을때도, 난 애써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 아저씨를 달래려

했다.  그 땐 내가 미안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은 미안함보다 굳이 기분 나쁜 표정을

달리 지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기분이 다운이다.

그냥 그 아저씨도 웃음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을..

나한테 진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어제는 사뭇 진지했다고 말하지만 난 안다.

나도 눈치가 있거든..

어젯 밤, 잠자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날 혼란스럽게 하는 그 아저씨의 행동들...  자꾸만 의심이 갈 뿐이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나쁜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말이 있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 이 아저씨도 완전히 믿음이 가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같은 말을 번복하는 것도 그렇고, 말과 행동이 약간씩 다르다는 점..

그리고, 중요한 건 날 좋아한다기 보다, 어린애 한번 갖고 놀아보고자 하는.... 또 말하는 도중

거짓말을 섞어서 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당분간 내가 먼저 연락을 안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혹시라도(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아저

씨에게 전화가 오면 피하는 편이 나을 것 같고, 또 MSN에서도 얘기를 나누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  

어제 식사 후, 아저씨는 여느때 같지 않은 진지한 모습으로 나에게 물었었다.

"너 만약에 내가 영화 보여달라고 안했으면 나 안만나겠네? 내가 영화 보여달라고 해서

오늘 만난거지?"

"네."

나의 짧막한 대답은 솔직한 거였다.  나는 대체적으로 솔직하므로 굳이 말을 하는데 있어서

꾸미지도, 또 기교를 부리지도, 거의 솔직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가끔씩 덧붙이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좋게 하는거겠지만, 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난 단순히

정말 솔직하게 대답한 거였는데, 나의 대답을 듣는 순간 아저씨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져

버린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럼 내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길 바랬던 것일까?

"아니요.  사실은 아저씨 좋아서 만났어요. 헤헤"

나의 농담으로 어색하려고 했던 분위기는 어쨌든 무마했지만, 나중엔 그다지 좋지않게 헤어져

버렸다.

우체국을 그만 두는 바람에 그 아저씨를 못 봤을 땐 정말 보고 싶고,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어제 오랜만에 봤을 때 그다지 반가운 마음도 기쁜 마음도 없었다.

단지 분명한 건 이런 종류의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게 좋을 듯...

그런 확신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서 그만 연락이 끊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