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시 반...
주말답게 일찍 가게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게 문을 닫고 내려와서는 갈등했다...
발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 지...
술을 마시자는 친구의 제안과 이틀동안 집에 오지 않은 아들에게 일찍오라는 엄마의 당부...
난 내 머릿 속에 떠나지 않는 그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친구에게로 갔다...
평소완 다르게 친구의 가게엔 사장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숨죽여 친구와 나는 룸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
난 평소처럼 핸드폰을 꺼내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이리저리 보고있었고...
그 속에 '앙증맞은 아이'라 적힌 그 아이의 연락처도 보았다...
저녁 무렵 전화와서는 내가 일하는 가게 앞으로 오겠다는 그 아이...
그러지말라는 나의 말에 그 아이가 말했다...
왜그러냐고...
낮에 우리가 가졌던 통화에 이은 두 번의 거절...
좀처럼 그런 적 없었던 내가 그러는 게 당연 이상한거겠지...
그렇지만 그 아이가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알기나할까...
알아주었으면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약 그 아이가 이런 내 마음 알고있다면 그 다음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든 지...그 행동들 모두가 나중엔 후회할 행동이 될거라는 생각...
오로지 그런 좋지 않은 생각들 뿐이다....
얼마 전 책에서 본 것이 떠오른다....
좋을 때...잘할 때...더 격려하고 칭찬하라는...
좋지 못하고 나쁜 상황에선 '전환'이 필요하다고...
불쑥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과연 내 입장에 해당하는 '전환'이라는 게 있긴한걸까...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죽어도 싫다...
그러면서 내심 핸드폰 속 여자들 연락처를 보는 내 행동은 또 무어란 말인가...
이게 바로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일까....그럼 난 그 아이를 사랑할 자격조차 없는 놈인데...
누구나 그런거라고 스스로 자위하기엔 이미 내 자존심이 셀대로 세서 그럴 수도 없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의 내 스케쥴이 어떻게 될 지 상상해본다...
그 아이가 우리집 앞까지 날 만나러 오는 상상...
그리고 그 아이에게 먼저 번처럼 배려를 가장한 회피를 알리는 나...
싫다...
싫고 또 싫고 또 싫고 정말 싫은데....
왜 건강한 내가...긍정적인 내가...
요즘은 이렇게 그 아이 하나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지고 센티멘탈해져야 하는건지...
술마시다 울고...일하다 멍해지고...핸드폰보면서 한숨쉬고...
그러다 메세지보내려다가 이내 관둬버리고...
난 정말 지금 이 마음으로는 무얼해도 안 될 것 같다....
다른 누군가에게 내 아픔,내 혼란스러움을 말하기엔...
순전히 내가 감당해야만할 내 몫의 사랑이라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